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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전셋값 급등했을까

사실인지 오해인지 검증할 지표도 없다
승인 2021.06.23 18:14
2021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보도일 2021.05.20 15:48]

[더스쿠프=최아름 기자] 전세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실거래가도 그렇게 움직였다. 이 때문에 2020년 7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을 기점으로 전셋값이 급등세를 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 통계에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된 전세거래가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다. 정부도 민간도 이런 유형의 통계를 발표하지 않아서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의 효과를 누구도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전세 가격이 2020년 7월에서 2021년 4월까지 20% 이상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사진=뉴시스]]

전세시장은 여전히 과열 상태다. ‘뜨거운 전세’를 보여주는 가격 자료도 매달 갱신 중이다. 이 과열 현상이 2020년 7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의 부동산 플랫폼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2020년 7월과 2021년 4월의 전셋값을 비교하면 서울 중형 아파트(전용면적 60~85㎡) 평균 전셋값은 5억2900만원에서 6억5958만원으로 24.68% 상승했다. 수도권 중형 아파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3억9325만원에서 4억9772만원으로 26.57% 올랐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상승폭을 실감할 수 있다. 2019년 7월과 2020년 4월을 비교했을 때 서울 중형 아파트는 4.41%(4억9048만원→5억1211만원), 수도권 중형 아파트는 4.69%(3억6382만원→3억8087만원) 올랐다.

전셋값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의문이 있다. 정말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가격이 상승했느냐다. 실제로 리브부동산의 통계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전세계약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이라면 두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첫째,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셋값 상승 사이를 증명할 자료가 없다는 거다. 둘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을 통계에 포함한다면 전셋값 상승폭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과연 어떨까.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가격이 급등한 전세 통계엔 계약을 갱신한 거래 건이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갱신 계약 관련 정보를 따로 구분하지 않아서다. 사실 그 작업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세 갱신 계약은 실거래 자료를 집계할 때도 별도로 표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 계약 갱신건의 집계 자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전월세 거래량과 실거래가의 기준은 확정일자다. 이는 임대차 계약이 특정일에 이뤄졌다는 것을 법적으로 증명하는 날짜다. 일반적으로 계약이 유효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전입신고와 함께 확정일자를 받는데, 전세 계약을 새롭게 하지 않고 단순 갱신하는 경우 확정일자를 다시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계약 갱신을 하고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거다.

갱신 계약 통계를 별도로 밝히지 못하는 건 정부 역시 민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전월세 거래량은 신고되는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갱신 계약의 경우 제대로 파악하는 게 어렵다”면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거래 통계를 연결하기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갱신 계약 통계는 안갯속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의 효과를 짐작해볼 만한 통계가 없는 건 아니다. 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지 3개월 만인 2020년 10월 그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했다. 전세 대출의 공적 보증 비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는 전세 대출과 관련해 보증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 대출이 실행될 때 보증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적 보증이 갱신됐다면 전세 대출도 갱신됐을 가능성이 높다.

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의 공적 보증 자료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기 전보다 공적 보증 갱신율은 늘었다. 2020년 1~8월 공적 보증 평균 갱신율은 전국 53.9%, 서울 55.0%였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이 본격 사용된 2020년 9월 공적 보증 갱신율은 전국 59.3%, 서울 60.4%로 높아졌다. 돌려 말하면 전세 계약을 이어나간 사람이 그만큼 더 늘었다는 거다.

문제는 전세 대출 공적 보증과 관련한 통계도 9월 이후 집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는 월별 보증 액수는 공개하지만 갱신 보증 건수는 구분해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20년 9월 통계도 정부가 별도로 발표한 내용이다. 정부는 2020년 9월 공적 보증 갱신율을 공개하며 간접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의 효과를 보여줬지만 그 이후론 계약갱신청구권의 효과를 가늠할 지표가 없었다.

물론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 6월 1일부터 모든 전월세 계약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여부도 계약서에 표시해야 하기에 별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도 쌓인다. 확정일자가 있어야 파악하는 게 가능했던 거래 데이터가 직접 쌓인다는 얘기다. 이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계약갱신청구권의 효과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이는 간접적 통계일 뿐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의 효과를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별도의 갱신 계약 통계를 집계하는 게 좋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통계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이후의 시장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통계를 만드는 데 비용을 들이는 대신 기존 데이터를 강화하겠다는 건데, 구체적인 통계 보완 방식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 전문가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후 약 1년이 지나서야 효과를 파악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만들겠다는 건데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계약 신고 의무화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1일 있었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을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가격 안정을 이뤄내지 못했고 4·7 보궐 선거에서도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는 자평도 입에 담았다. 아울러 “남은 1년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터져 나온 부동산 투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부동산 3법 등의 정책 효과를 평가할 지표를 만들겠다는 말이나 의지의 표현은 어디에도 없었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정책만 추진하고 정책의 성적을 확인할 지표를 만들지 않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아쉽다”고 평가했다.

2022년 대통령 선거까지 1년 남짓 남았다. 이 기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사후 관리’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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