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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회공헌을 바꾸다②] 시중은행의 재능기부, 수마 할퀸 전통시장 살리다

지난해 태풍 마이삭 휩쓴 전남 구례 5일장, 'IBK 희망 디자인' 으로 회생
2016년부터 골목상권 재능 기부, 포스트 코로나 금융권 CSR 트렌드 주목
승인 2021.06.25 00:42
2021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보도일 2021.02.05 11:05]

[미디어SR=김병주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오른쪽)이 최근 희망디자인 사업이 완료된 구례 5일장을 방문해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기업은행.]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기존 사회공헌 활동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유형의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수혜 대상과 협력 파트너를 한정짓지 않고 성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디어SR은 환경, 임팩트 투자, 파트너십, CSR 강화 등을 통해 크고작은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한 다양한 사례를 조망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해 9월,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마이삭(MAYSAK), 하이선(HAISHEN)은 전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코로나19로 국내 경기가 침체 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기록적 폭우는 대한민국 곳곳을 재난의 현장으로 만들었다.

전라남도 구례군에 위치한 작은 재래시장인 ‘구례 5일장’도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였다. 지역민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여행객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었던 구례 5일장은 역대 급 자연재해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메인 도로와 점포는 물에 잠겼고, 점포 곳곳에서 흘러나온 집기류는 빗물에 둥둥 떠다녔다.

구례 5일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미디어SR에 “간판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걸어서 들어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119 구조대원들이 보트를 타고 들어가 시장 내부의 피해 상황을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마(水魔)가 휩쓸고 지나간 구례 5일장은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당장 마음이 급한 건 상인들이었다. 당장 장사를 하기는 어려울지언정, 장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다시 만드는 것이 시급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정도로 피해 상황은 심각했다.

무엇보다 시장 상인들의 마음이 급했던 이유는 당장 눈앞에 다가온 추석 연휴 때문이었다.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명절은 가장 큰 대목이다. 평소보다 몇 배의 매출이 발생한다. 하지만 당시 시장 상황으로는 추석 대목에 장사를 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했다.

◆구례 5일시장에 간판을 꽃피우다

이 무렵, IBK기업은행 ‘디자인 경영팀’에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업은행이 진행 중인 ‘희망디자인 사업’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구례 5일장’을 고려해볼 수 없느냐는 제안이었다.

기업은행측은 우선 해당지역의 상황을 꼼꼼히 점검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집중호우까지 겹쳤기에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무엇보다 속도감 있는 지원이 필요했다. 추석 연휴 전 조기 개장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윤자영 기업은행 홍보부 디자인 경영팀 대리는 미디어SR에 “당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시장의 조기 정상화를 목표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며 “곧바로 구례로 내려가 시장 상인회와 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핵심은 ‘장사를 다시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었다. 9월말 완료를 목표로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실무를 담당하는 기업은행 디자인 경영팀 외에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등 7개 자회사도 힘을 보탰다.

[희망디자인 사업 진행 전 구례 5일장 모습(위)과 사업 완료 후 정비된 모습(아래). 전(前)과 후(後)가 이처럼 명확하게 대비되는 사진도 드물듯 싶다. 사진. 기업은행.]

이러한 노력 덕분에 기업은행은 9월 말까지 총 157개 점포의 전면간판을 제작‧설치했고, 원활한 장사를 위한 전반적인 시장 환경 개선에도 성과를 거뒀다.

기업은행 디자인 경영팀 측은 미디어SR에 “개인적, 그리고 팀 차원에서도 구례 5일장의 사례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였다”며 “한 달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현장 상인들과 직접 소통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고, 프로젝트 완료 후 활짝 웃으며 고마움을 표하는 상인들의 모습에 모든 팀원들이 감사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디자인 재능을 기부하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IBK기업은행의 ‘희망디자인 사업’은 영세 소상공인의 가게 간판을 디자인부터 제작, 설치까지 지원하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에서 벗어나 디자인‧시각적 마케팅 분야에 취약한 소상공인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를 통해 지역 골목상권의 지속적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희망디자인 프로젝트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해당 사업이 일반적인 ‘기업 사회공헌팀’이 아닌, 사내 홍보팀 소속 ‘디자인 경영팀’의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기업은행 금융상품‧서비스의 디자인 요소를 전담하고 있는 디자인 경영팀원들은 바쁜 업무 속에서도 순수한 ‘재능기부’ 형태로 희망디자인 프로젝트를 운영‧참여하고 있다. 윤자영 대리는 “은행의 사회적 역할 강화에 따른 공익연계 기업 활동에 개인의 무형 재능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했다”며 “앞서 구례 5일장 사례에서 언급했듯, 영세‧소상공인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사업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희망디자인 사업은 디자인 개선을 시도할 여력이 없거나 마케팅에 취약한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내부적으로 대상 지역을 우선 선정하되, 상황에 따라 지자체‧소상공인 관련 기관등과의 협업을 통해 추천받기도 한다.

[대구 대신동 양말골목 상인들이 '달구양말' 브랜드 로고를 들고 있다. 사진. 기업은행.]

활동 방식도 점차 고도화됐다. 당초, 희망디자인 사업은 ‘개별 점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점포 선정의 과정과 방식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개별 점포 지원 방식으로 운영됐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희망디자인 사업으로 지원을 받은 점포는 39곳에 불과했다.

기업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업의 고도화 방안을 논의하던 중, ‘기업과 지역의 상생’이라는 본사의 경영 이념에 주목하게 됐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지역 상권의 경기불황이 심화되면서 도움이 필요한 지역 골목상권‧특화거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방향이 바뀌면서 규모도 커졌다. 2019년 염천교 수제화거리(45개 점포) 정비사업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대구 대신동 양말골목(19개 점포), 구례 5일장(157개 점포)에 지원을 했다. 3개 사업에 집행된 예산은 총 7억 5000만원 수준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디자인 개선 뿐 아니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구 대신동 양말골목 프로젝트 당시 상인회와 손잡고 론칭한 양말 골목의 고유 브랜드 ‘달구 양말’이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대구 동산병원에 설치된 기업은행의 캐릭터 기은센과 ‘달구양말’ 모습. 기업은행은 달구양말 1000켤레를 해당 병원 의료진과 환우들에게 기부했다. 사진. 기업은행.]

기업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달구 양말 브랜드 론칭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양말 골목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기획됐다”며 “현재 달구 양말 브랜드는 현지 상인들이 공동 사용권을 갖고 제품 판매에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기업은행의 희망디자인 사업은 계속된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소상공인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창업기업‧사회적 기업으로도 지원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기업은행 디자인 경영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낙후된 상권의 영세‧소상공인외 창업 초기 기업에 성장 발판을 제공할 것”이라며 “청년·창업기업, 사회적 경제기업 등에 대한 디자인 재능 기부도 확대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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