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열여덟, 맨땅에 헤딩③] 자립 전 교육·지원 정책 한계…불안감 안고 사회로

아동마다 상황 달라 맞춤형 지원 필요
시설 퇴소준비 과정 부정적 정서 경험
안정적 자립 위한 정서적 지원 요구돼
주거·재정 지원 방식 다양화 필요성도
승인 2021.06.23 16:20
2021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보도일 2020.11.25 17:10]

경제적 문제나 가정문제, 학대를 이유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은 아동양육시설, 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의 보호 아래 성장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어릴 때 일이다.

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종료청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에 홀로서기를 해야만 한다. 시설의 보호 아래 정해진 대로 살아왔던 생활과는 달리 오로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야 하는 자립 후 삶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유는 독이 돼 보호종료청소년을 빈곤으로 내몰기도 한다.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등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있기는 하나 스스로 생활을 이어가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 생활환경에 변화를 겪는 보호아동에 대한 심리적·정서적 지원도 미비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심리적·사회적·경제적 독립’으로써의 자립은 어려운 상황이다.

<투데이신문>은 [열여덟, 맨땅에 헤딩] 시리즈를 통해 6편에 걸쳐 자립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해 어려움을 겪는 보호종료청소년의 삶을 조명해 봤다. 보호종료 당사자들을 만나 남들과는 다른 인생에 대한 이야기, 자립 준비와 이후 생활,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더불어 전문가들을 만나 보호종료청소년의 안정적인 자립 정착을 위한 정책 과제에 대해 고찰해봤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투데이신문=전소영·김태규 기자] 현행 아동복지법 제16조 제1항은 위탁가정에 위탁되거나 공동생활가정(그룹홈),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 등에 입소한 아동이 만 18세가 되면 보호조치를 종료하도록 정하고 있다.

때문에 보호아동들은 만 18세가 되면 자립을 해야 한다. 위탁가정이나 시설에서 나와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2019년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은 70.4%다. 원가정에서 자란 아동들이 자립하는 시기가 대부분 대학 졸업 또는 취업 이후인 점, 취업 이후에도 자립을 하지 않는 성인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만 18세는 자립 하기에 이른 나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만 18세 이상을 성인으로 보는 형법과 달리 민법은 만 19세 이상을 성인으로 보고 있어 실제적으로 자립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휴대전화 개설은 물론 금융거래, 전세계약, 전입신고, 응급치료 등 자립생활에 필수적인 부분을 제한받는 것이다.

보호연장도 가능하지만, 이는 보호아동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위해 직업관련 교육·훈련을 받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마저도 학업을 마치거나 취업을 하면 보호가 종료돼 자립을 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로 겪게 되는 어려움을 방지하고자 아동양육시설에서는 자립 교육을 끊임없이 실시하지만 보호종료 후 자립한 청소년들은 현재의 교육과 지원으로는 자립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보호아동의 자립 준비 과정에서는 어떤 교육과 지원이 이뤄지며, 실제 보호를 경험한 청소년들은 준비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투데이신문>은 보호종료 후 자립한 청소년들에게 자립 전 이뤄지는 교육과 이에 대한 만족도 등에 대해 들어봤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만 18세, 자립 충분한 나이 아냐”

보호종료 후 자립한 이들은 만 18세가 자립하기에 이른 나이라고 말한다. 자립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게 되면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은 보호종료청소년의 상황을 감안하면 자립을 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만 18세에 자립을 하면 휴대전화를 개통하기도 어렵고, 부동산 계약에도 곤란한 점이 있어요. 민법상 성인 기준이 만 19세 이상이라 제약을 받는 부분이 많죠. (만 18세는) 자립을 하기에 너무 이른 나이라고 봐요.” - 자립 5년차 보호종료청소년 이진우(가명)씨

“일반적으로 취업한다고 해서 무조건 자립하지 않을 정도로 자립에 필요한 비용이 크잖아요. 자립교육을 받아도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기 어렵죠. 자립교육이 충분한 것은 아니어서,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사회의 여러 상황에 대처가 가능한 상태가 아니에요.” - 자립 8년차 김연희(가명)씨


서울의 한 아동복지시설 자립지원담당요원은 최근 보호종료청소년의 자립 연령이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며 논의를 통해 자립 기준연령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보호아동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모든 아동들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보호아동의 자립 시기를 유동적으로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은 계속 나오고 있어요. 논의가 계속 된다면 만 21세든, 만 22세든 기준 연령이 늘어날 것으로 봐요. 또 보호종료 후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아동도 있고, 연고자가 없는 경우도 있고 아동들마다 사례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 아동복지시설 자립지원 담당요원 A씨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매년 이뤄지는 자립교육, 아동 의지 없이는 효과 없어"

보호아동은 자립 이전부터 자립을 위한 교육을 받는다. 이르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늦게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교육이 시작된다. 돈 관리 기술, 일상생활 기술, 자기보호 기술, 지역사회자원 활용 기술, 사회적 기술, 직장생활 기술 등 교육이 이뤄지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립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고 꼭 해야 하는 교육이지만 큰 효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아요. 자립의지가 있는 아동의 경우엔 교육효과가 크지만, 대부분의 아동들이 자립에 대해 아직은 먼 일이라고 여겨 교육효과가 높지는 않은 상황이에요. 퇴소시기가 닥쳐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 이것저것 알아보는 경우도 많고요.” - 아동복지시설 자립지원 담당요원 A씨

보호아동 출신으로 자립을 준비하는 보호아동의 멘토 역할을 하는 ‘바람개비 서포터즈’ 박강빈씨도 교육의 효과를 거두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당장 자립을 앞두고 있는 아동 외에는 왜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교육이 집단 강의 형식으로 이뤄져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자립 생활에 실제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주는데, 시설에 있을 때는 필요한 것들을 시설 선생님들이 모두 처리해 주기 때문에 ‘이걸 왜 배워야 하나’ 생각하게 돼요. 교육도 다 같이 모여 ppt를 활용한 강의 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동이 많죠.” - 자립 3년차 바람개비 서포터즈 박강빈씨

박씨 외에 다른 보호종료청소년들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시설에서 의무적으로 매년 자립교육을 진행하지만 자립 직전까지는 교육을 받아도 와 닿지가 않아요. 그러다가 자립을 하게 되면 그때서야 ‘자립교육 때 배웠던 것 같은데’하며 찾아보게 되죠. 그때라도 찾아보면 다행이지만, 의지가 없으면 찾아보지도 않고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요.” - 자립 5년차 보호종료청소년 이진우(가명)씨

“시설에서 전체 원생을 대상으로 자립교육을 했어요. 경제적, 사회적인 것에 대해서는 별도 교육이 이뤄졌고, 빨래나 청소와 같이 기본적인 생활 교육은 기관에서 평소에 이뤄져요. 다만 기관에서 지내다보니 식당에서 영양사, 조리사 선생님들이 해주시는 밥을 먹었기 때문에 요리를 많이 해보지 못한 것, 보호아동 여럿이 지내야 하는 환경에서 생활지도사 선생님들이 각각의 아동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주시지 못한 것, 교육을 받더라도 아동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표면적인 교육으로만 남는다는 것이 아쉬워요.” - 자립 8년차 김연희씨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자립체험 프로그램’ 도움 되지만…

자립 이전에 자립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자립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자립체험관이 마련된 시설에서는 시설 자체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 외부 시설에서 자립체험을 진행한다.

일정 기간을 정해 홀로, 또는 또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선생님이나 외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 생활하는 것이다. 이 기간에는 요리, 청소, 장보기 등 자립 후 실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공과금을 본인이 내는 것도 아니어서 자립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경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시설마다 여건이 달라 체험기간이 다르고, 아예 자립체험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아동들도 있다.

“시설에서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해 정해진 돈으로 3~4일 정도 홀로 생활해볼 수 있는 체험교육을 해요. 학업이나 기관의 교육 일정을 맞추려면 자립체험기간을 길게 갖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혼자 지내면서 요리, 청소, 빨래 등 일상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을 체험했어요.” - 자립 8개월차 보호종료청소년 강선영(가명)씨

“자립전담요원이나 선생님과 함께 충분한 기간을 자립체험으로 보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자립전담요원과 충분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자립 이후에도 연락을 하고 어려운 점을 편하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대부분 시설마다 1명의 자립지원 전담요원이 있는데, 성공적인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자립지원 전담요원이 더 확충돼야 할 필요가 있어요.” - 자립 3년차 바람개비 서포터즈 박강빈씨


이처럼 자립체험 프로그램의 한계점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정서·심리적 지원 미비

보호종료청소년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도 크지만, 이에 대한 지원도 미비한 상황이다.

한서대학교 교육대학원 이태연 교수 등이 지난해 4월 청소년학연구에 기고한 논문 ‘아동양육시설 퇴소 후 청소년들의 생활경험과 자립 간의 관계에 대한 사례연구’에 따르면 심리적인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립 프로그램은 시설에서조차 내쳐진다는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등 혼란스러운 감정을 유발한다.

원가족과 분리되면서 부정 정서를 경험하고, 시설에 입소한 후에는 시설 적응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내다가 익숙해질 때가 되면 자립이라는 이름으로 시설을 떠나야하기 때문이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자립준비는 홀로서기를 강요당하는 일이기에 퇴소시기가 다가올수록 보호아동들은 ‘막연한 미래로 인한 불안감’을 느끼며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한다. 또 이 과정에서 겪는 불안은 진로탐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시설 생활에 대한 불만족을 높여 심리적 부담을 준다. 결과적으로 자립준비를 방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시설의 몇몇 후배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어른’이 돼야 한다는 경각심이 없다는 점이에요. 이건 정서적 어려움과도 연결되는데, 어떤 이유로든 원가정에서 분리돼 지내면서 온전히 사랑받지 못했다는 점과, 시설에 살면서 자신이 직접 뭔가를 개척해나가지 않아왔던 습관이 이런 어려움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추진력 없이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사는 것 같아요.” - 자립 8년차 김연희씨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와 한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장영인 교수는 지난해 5월 서울법학에 기고한 논문 ‘성인기 전이과정에 있는 보호대상 청소년 지원 방안 -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중심으로’에서 현재 정부 또는 지자체의 정책이 보호아동에게 중요한 심리·정서적 지원은 외면한 채 경제적 지원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호아동이 성인기로 접어들면서 겪는 고립감, 외로움 등을 덜어 줄 심리·정서적 지원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 제 교수와 장 교수는 보호아동에 대한 지원은 개인의 필요성에 맞춘 지원계획을 세워 집행하는 형태가 돼야 하며, 심리·정서적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 무안 소전원에서 사례발표를 하고 있는 바람개비 서포터즈 박강빈씨 <사진제공 = 박강빈씨>]


교육 방식·시기 등 개선 필요

여러 교육과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을 준비하더라도 보호종료청소년들은 자립을 앞둔 시점에서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자립을 앞두고) 자립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컸어요. 학생 신분으로 수입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장학금의 도움이 큰데, 이마저도 나이 제한으로 지원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 학업과 노동을 병행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불안하죠.” - 자립 8년차 김연희씨

주거지 마련에도 큰 부담이 따른다. LH에서 전세주택 임대를 지원하고 있지만, 재계약 횟수가 2회로 제한돼 이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주거지를 찾아야 하며, 전세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월세를 전전해야 하는 것이다.

“혼자 모든 문제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불안감이 가장 커요.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최대한 열심히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사회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 힘든 경우가 많았어요.” - 자립 3년차 정기훈(가명)씨

물론 자립의지를 갖고 지원제도·지원사업을 알아보는 등 적극적으로 자립을 준비하는 경우 자립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의 지원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느끼는 부담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적극적인 자립준비를 하지 못하는 아동들도 결국 시설을 퇴소해 사회로 나오게 된다. 보호종료청소년과 전문가들은 보호아동이 사회로 나와서 안정적으로 자립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 시기와 방식, 지원 형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c)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협회소식 더보기
  • 회원사 현황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뉴미디어
    시대를 선도하는 다양한 인터넷
    신문사들로 구성원을 형성하여
    소통과 협력을 이룹니다.
    자세히 보기
  • 입회 안내
    회원사 신규 가입 신청에 대한
    이사회 심의는 매 분기별로
    열립니다.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