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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사모펀드: 도둑맞은 일상④] 이의환 사모펀드 피해자 모임 대표 “애초에 잘못된 출발…피해자 더 증가할 것”

기업 이길 수 없어서 연대…사모펀드 피해자 대표들의 모임
사모펀드 사태, 금융시장의 총체적 문제…한 기관 책임 아냐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불합리…‘정보의 비대칭성’ 주목해야
승인 2021.06.23 16:37
2021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보도일시 2020.11.11 17:50]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이의환 위원장 ⓒ투데이신문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금융권 안팎으로 사모펀드와 관련한 미스터리한 사건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라임펀드 환매 중단을 시작으로 올해 6월 옵티머스 펀드 등 사모펀드의 잇단 환매 중단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 사모펀드 환매 중단으로 펀드 운용사들과 관련한 사기 정황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 판매사들은 운용사에게 속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투자자들의 전 재산은 공중분해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선 사모펀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정작 피해 투자자들은 구제받지 못한 채 금융사기 피해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사모펀드 사태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기 위해 다양한 피해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투데이신문=이세미 기자] 지난 9월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 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창설됐다. 이들은 기업은행 디스커버리와 라임, 교보로얄, 독일 헤리티지, 대신증권 라임, 신한은행 라임CI, 아름드리, 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 한국투자증권 팝 펀딩 등 피해자들의 대표다.

공대위는 지난달 말일부터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확성기 소음 투쟁’을 시작으로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의혹을 받고 있는 판매사들을 상대로 피해자 구제에 대한 투쟁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이 길거리에 나온 이유는 판매사들의 안일한 대처가 도화선이 됐다. 공대위는 자신들이 사모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가 아닌 정부의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과 금융회사의 탐욕, 사기극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현재 공대위는 이의환 집행 위원장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5조6000억원의 사모펀드 사기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사모펀드 시장의 현주소와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한층 더 깊게 듣기 위해 이의환 집행 위원장을 만났다.

Q. 공대위가 만들어진 배경과 위원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가입한 펀드가 환매 중단이 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에 달려갔다. 자신들이 가입한 펀드가 사실과 달랐음을 그제서야 인지한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투자자에서 ‘피해자’가 됐다.

그들은 몇 년에 걸쳐 믿고 거래해 온 판매사들이 피해자 구제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며 자신들이 대형 금융사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피해자들끼리 함께 모여 싸우기로 했다. 사로 다른 판매사에서 다른 유형의 사모펀드에 가입했지만 사기 행태가 비슷한 점도 한몫했다.

나는 시민단체 활동가다. 그동안 주로 임대 아파트 피해자들을 위해 투쟁해 오다가 이번에 금융 피해 투자자들이 대거 발생한 사실을 알고 각 사모펀드 피해 대표자들을 모집해 위원회를 구성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이 있지만 피해자들을 모아서 시위를 하고 공대위의 일정 등을 조율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일을 한다. 공대위 대표자 규모는 10명~40명 안팎이다.

Q. 연대투쟁을 통한 입법활동을 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그렇다. 공대위는 정부 정책과 금융사들의 사기 판매 행위에 대해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사모펀드 피해자 보호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모펀드는 사실상 국가정책의 실패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3년부터 사모펀드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2015년에 사모펀드를 일반인들도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가입 장벽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민의 재산을 보호할 의지가 있었다면 사모펀드의 문을 열기 전 리스크에 대해 적절한 방안을 모색하고 대책부터 마련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불완전판매 의혹을 받고 있는 판매사들은 ‘배임’ 핑계를 대거나 기준 없는 선지급 보상안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정부와 금융당국도 늑장 검사를 하는 등 뒷짐만 지고 있지 않은가. 이번 사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뜯어고치지 않으면 피해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Q. 금융감독원의 책임이 굉장히 부각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금감원이 이 사태의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첫 번째로 정부의 부실한 정책이 시작이었고, 잘못된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인 금융위원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금감원은 부실 펀드에 대한 감시감독을 하지 못한 부분들에선 질타를 피할 수 없다. 그러니까 이번 사태는 어느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닌 금융시장의 총체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Q. 사모펀드 규제 완화는 과거 정부의 정책 중 하나였다.

이 정책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지난 2015년 정부와 금융위는 ‘혁신성장’과 ‘모험자본 역할 강화’라는 목표로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펼쳤다. 그리고 2018년 같은 기조로 사모펀드 추가 확대와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금융시장에 일반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여 자본 확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나는 사모펀드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사모펀드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면 해야 하지 않겠나. 다만 투자자 보호를 뒷전으로 미뤄놓고 규제를 완화한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난 4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구제를 위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는 이 위원장 ⓒ투데이신문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지난 2015년 10월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과 하위법령 개정안을 발표하며 사모펀드 문호를 본격적으로 개방했다. 해당 개정안은 사모펀드 라이선스 범위를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뿐만 아니라 모든 증권사로 대폭 확대해 금융시장의 신성장동력을 삼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개정안에는 사모펀드는 전문 투자형과 경영참여형(PEF)으로 단순화하고 모든 전문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심사요건은 사업 계획 타당성 심사를 없애서 요건만 갖추면 누구든지 진입이 가능토록 했다. 그 결과 자기자본 20억원과, 전문 인력은 최소 3인 이상만 있으면 누구나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일반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거 유입됐으며 ‘부실 운용사’들이 속속 탄생해 현재까지 총 5조6000억원의 자산이 증발됐다.


Q. 판매사들과 투자자들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판매사들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투자자들이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길거리에 나오고 있는데 정작 은행과 증권사들은 ‘합법’이라는 테두리 안에 숨는 것이 가능하다.

판매사들은 너무 근시안적인 태도로 영업경쟁을 펼치고 있는 게 문제다. 지금 당장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판매사가 보호를 받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곳에서 거래한 고객들은 인생을 송두리째 뺏기는 것이 아닌가.

고객의 돈으로 존재하는 판매사들이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기만한다면 장기적으로 누가 은행에서 거래를 하겠나. 판매사들은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피해자들이 평생 동안 벌고 모은 돈을 외국의 부실한 운용사에 갖다 바친 것이나 다름없다.

원금을 회복시켜 줘야 한다. 피해자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PB들이 본인들에게 자식처럼 살갑게 대해주는 것이 고마워서 그들이 시키는 대로 가입했을 뿐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나 금융당국은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거론하면서 원상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고 있다. 정말 잘못됐다.

Q.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나.

이번 사태는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묻기 전에 정보의 비대칭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원칙을 따지려면 해당 상품이 고객들에게 충분히 설명이 됐어야 하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자 대부분 자신들이 가입한 펀드가 사모펀드이고, 하이리턴 하이리스크(고위험 고수익) 상품인지 몰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사모펀드 투자성향에 적합하지 않음에도 은행에서 공격형 투자자로 조작한 정황도 여럿 포착됐다.

상식적으로 자신이 어렵게 번 재산을 몽땅 잃을 수 있는 펀드에 투자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이들 대부분 자산가가 아니라 일반인이고 서민들이다. 그래서 판매사와 정부, 금융당국이 피해자들에게 펼치는 대응은 굉장히 모순적이다.

[금융투자상품의 위험등급에 맞지 않는 ‘안정추구형’인 투자자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투자위험 1등급인 사모펀드 상품에 가입이 됐다. ⓒ사모펀드 공대위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펀드는 ‘적정성 원칙’에 따라 공격 투자형부터 안정형으로 위험등급이 나뉜다. 그래서 위험등급 1등급 상품 가입에 적합하지 않은 투자자에겐 은행은 투자권유를 해서는 안 된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판매사들은 안정지향적 고객을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PB가 임의로 체크하거나 임의로 전산 입력해 ‘공격투자형’으로 둔갑시켰다. 이처럼 위험한 펀드의 가입자격이 안되는 고객을 별도의 ‘금융상품거래내용 확인서’에 자필서명하도록 유도해 사모펀드에 가입을 시켰다.

심지어 치매에 걸려 휠체어 생활하는 86세 노인의 펀드 계약을 91세의 배우자에게 대리 사인을 하게 하는 등 초고령 투자자 보호 방안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Q.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은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피해 투자자 대부분 일반 서민들이다. 그중에 특히 노인층이 많다. 이들은 주거래 은행에서 5년~10년 그 이상을 거래한 장기 고객들이고 담당 PB와는 신뢰가 쌓여있던 상태였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PB가 가족 장례식까지 찾아오기도 하는가 하면 자식들보다 더 살뜰하게 챙겼다고 한다. 그런 PB가 돈을 통장에 넣고 있기보다 조금 더 굴려서 수익을 내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관리해 주겠다고 하는데 고민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내키지 않아도 믿고 따르던 PB의 말을 믿고 투자를 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했다.

노인들은 수많은 서류를 다 읽어볼 새도 없이 PB들이 시키는 대로 사인하고, 그들이 조작해 놓은 서류를 받아들고 집에 왔다. 이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안전하다고 하니까 그런 줄 알고 믿었던 것이다.

Q. 투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사모펀드에 투자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건 전문 투자자들만 해야 될 상품이다. 우리 사회가 중산층을 보호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

나는 시민단체 활동가로 20여 년간 일하면서 돈이나 집과 관련된 문제는 오래될수록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가족이 흩어지고 생계가 흔들리면서 피해자들의 생명까지 위태로워진다. 정부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직도 환매 중단 예정인 사모펀드가 많이 남았다.

그래서 금융시장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들만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가지고 이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우량 고객의 돈이 외국의 비우량 소상공인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는 사기성이 짙은 반면 교보로얄, 젠투, 헤리티지 등은 ‘재간접 펀드’로 깜깜이 투자를 한 것이다. 정부가 이 깜깜이 투자를 왜 하나.

애초에 출발이 잘못됐다. 썩은 사과(사모펀드)를 품질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이라는 말로 포장해 판매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나. 피해자 구제가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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