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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사모펀드: 도둑맞은 일상②] 공룡펀드에 가려진 ‘교보 로얄클래스’…판매사 보상 외면에 투자자 ‘분통’

신한은행 판매...‘라임CI·로얄클래스 글로벌M펀드‘ 중복 피해
판매사 신한은행의 무책임에 분노…본점에서 매일 1인 시위
투자자 “안전하다, 라임이랑 다르다더니…은행 믿은 게 죄”
승인 2021.06.23 16:44
2021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보도일시 2020.10.23 15:40]

[ⓒ투데이신문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금융권 안팎으로 사모펀드와 관련한 미스터리한 사건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라임펀드 환매 중단을 시작으로 올해 6월 옵티머스펀드 등 사모펀드의 잇단 환매 중단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 사모펀드 환매 중단으로 펀드 운용사들과 관련한 사기 정황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 판매사들은 운용사에게 속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투자자들의 전 재산은 공중분해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선 사모펀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정작 피해 투자자들은 구제받지 못한 채 금융 사기 피해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사모펀드 사태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기 위해 다양한 피해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투데이신문=이세미 기자] 지난 18일 라임자산운용의 ‘크레디트 인슈어드 1호’ 펀드(이하 라임CI 펀드) 등 신한금융 사모펀드 피해자 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식을 가졌다.

이날 참가한 피해자 공대위 인원은 약 30여명으로 모두 신한은행 라임CI, 신한은행 아름드리펀드, 독일 헤리티지펀드, 신한금투 젠투펀드, 교보 로얄펀드 등 각종 사모펀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다.

이들의 피해규모는 △라임펀드 6000억원(신한은행 및 신한금투) △독일 헤리티지펀드 4000억원(신한금투) △젠투펀드 4200억원(신한금투) △아름드리펀드 450억원(신한은행) △교보 로얄클래스 글로벌M펀드 105억원(신한은행) 순이다.

이외 디스커버리, 피델리스 등을 합치면 피해 규모는 약 1조6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피해자만 50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라임과 옵티머스에 비해 규모가 작은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금융당국과 판매사에 외면 당하고 있어 피해자 구제가 시급한 실정이다.

매일 아침 8시 광화문 신한은행 본점 앞에는 이 소규모의 사모펀드 피해자 1~2명이 판매사인 신한은행의 책임을 묻는 피켓을 들고 묵묵히 시위를 벌인다.

투자자 B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신한은행에서 라임CI 펀드와 교보 로얄클래스 글로벌M펀드 중복가입 피해자다.

Q. 매일 아침 시위를 하고 있는데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나.

나는 아이 둘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다. 남편이 직장 생활하면서 받은 퇴직금과 지금까지 아끼면서 모아 온 자금을 통장에 가지고만 있다가 은행의 추천을 받아 투자했다. 큰 아이가 지금 초등학생인데 혼자서 온라인 수업을 듣게 하고 나왔다. 아이들을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내가 정신이 없다 보니 최근에서야 우리 아이가 계속 여름 옷을 입고 다녔다는 걸 알았다.

Q. 사모펀드에 연달아 투자한 이유는 무엇인가.

남편이 퇴직을 하고 받은 3억원이 있었다. 평생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해 본 경험이 없고 이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될지 몰라서 1년 정도 은행에 예치해 두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한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투자처가 있으니 관련 전문가를 소개해 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생각해보겠다’ 하고 말았다. 이후 신한은행 PWM방배센터 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팀장은 계속 자산관리를 도와주겠다며 ‘안전하다’, ‘금리보다 훨씬 괜찮다’라고 강조했다. 그날도 ‘생각해보겠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평생 돈을 모으기만 했지, 재테크를 해본 적이 없어서 관심이 없었는데 한 달 후 ‘안내라도 받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센터에 방문했다. 그때가 2019년 5월이었다. 방문 당시 신한은행에서 우리 집까지 기사님이 있는 차를 보내주기도 했다.

Q. 판매사 측의 불완전판매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PB가 무엇을 강조하던가.

처음 안내받은 것은 라임CI 펀드였다. 당시 담당 PB가 라임 상품은 원리금 자체가 보험에 보장이 됐다고 했다. 그렇게 안전하다는 말을 믿고 라임에 2억원을 가입했다.

이후 담당 PB가 남은 1억원으로 교보 로얄클래스 글로벌M펀드에 넣으라고 제안했다. 담보율이 63%라서 굉장히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 상품이 채권이지만 담보비율이 1.5배 더 높기 때문에 사고가 날 경우 자산을 매각하면 원금손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나도 이 정도 담보비율이면 원금손실이 날 일은 없겠다고 판단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정작 중요한 것들은 설명해 주지도 않았고, 상품설명서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더라. 일반 서민의 생계자금이 들어가는 펀드라면 안전하다는 말만 강조할 게 아니라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충분히 설명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해 라임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도 그 센터 팀장이 나한테 안심하라고 했다. 은행을 너무 믿었다.

[신한은행이 피해 투자자들에게 보낸 내용 증명서 중 일부 ⓒ투데이신문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B씨가 투자한 교보증권 로얄클래스 글로벌M펀드는 미국 중소상공인 부동산 담보부 대출에 투자하는 펀드다. 연 수익 4.8%로 만기는 올해 3월이었으나 9월로 연기하고 다시 환매 중단됐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이 펀드는 미국 소상공인 매출 채권에 투자하는 홍콩 기반 자산운용사 탠덤의 탠덤 크레딧퍼실리티 펀드를 재 간접 펀드 형식을 국내 출시한 상품이다.

앞서 채권 발행자인 미국 소상공인 대출 금융사 WBL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빠져 부실채권을 발행했다. 이에 운용사인 탠덤 인베스터스는 부실 채권이 발생할 경우 5영업일 이내 정상채권으로 돌리도록 해야 하는데 부실화 여부는 물론 정상 채권으로 바꾸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해당 펀드는 자산의 98%가 부실화로 이어졌다.


Q. 사태의 심각성은 언제 느끼게 됐나.

교보 로얄클래스펀드는 3월이 만기였다. 그런데 매출채권 유동성 문제로 6개월만 기다려달라고 전화를 하더라. 신한은행에서 ‘라임이랑 다르다’라고 하길래 은행을 믿고 ‘알겠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9월이 됐지만 상환됐어야 할 펀드가 코로나19 여파로 현금흐름 문제가 있고, 미국 소상공인 대출 채권 회수도 원활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환매 중단됐다.

심각성을 크게 느꼈던 건 이후 운용사인 교보증권 관계자들이랑 미팅을 했을 때다. 알고 보니 담보 비율에 대한 자산 실사가 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이 돈 못 받겠구나’ 싶어서 라임 펀드 피해자 모임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Q. 판매사인 신한은행은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우선 신한은행은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 후 고객들에게 해당 펀드를 판매한 방배PWM센터 팀장과 PB들을 다른 센터로 옮겨가게 하는 등 대대적으로 순환근무를 시킨 것으로 보인다.

자기가 가입시킨 고객을 끝까지 책임지도록 해야 하는데 은행이 먼저 그들이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 거다. 나한테는 그 팀장이 곧 신한은행이었는데 참 무책임하다.

처음에는 센터 직원들이 고객을 위해 본사에다 고객들을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줄 알았다. 그만큼 순진했다. 사건 초기 그 팀장과 연락이 가능했을 때만 해도 그 팀장은 내게 ‘해결해 줄 거다, 기다려주시라’고 했다. 팀장 말대로 당연히 해결해 줄 거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전화를 안 받더라.

더 기가 막힌 건 신한은행 자체다.

3월에 처음 환매 중단됐을 때 담당자가 피해자들에게 말하기를, ‘너무너무 노력하고 있는데 자본시장법과 이사 배임 혐의로 인해 보상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이 자유롭게 보상해 줄 있도록 문을 열어주면 우리도 고객님들에게 보상해 줄 수 있다’, ‘지금 고객님들 보상을 위해 200억원을 들여 법무팀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또한 ‘고객님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며 일부러 져드려서라도 배상해 주고 싶다’라고도 했다.

난 그 말을 믿었다. 그래서 금감원에 ‘신한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자유롭게 보상해 주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 해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많은 피해자들이 나처럼 민원을 넣었다. 결국 금감원이 자율 배상하라고 결정하지 않았나.

그 다음부터 신한의 태도가 바뀌었다. 금감원이 문을 열어줬어도 이사회 승인이 나야 하는데 이사들이 두려워한다고 하더라. 당시 라임CI 펀드 50% 선지급마저도 이사회서 부결이 났다. 나는 우선 라임을 제일 많이 판매한 우리은행에서 먼저 선지급을 결정하면 신한은행도 할 줄 알았다. 그래서 우리은행 주주총회까지 일일이 체크했다. 결국 라임은 우여곡절 끝에 50%를 선지급받았는데 교보 로얄클래스는 암담하다.

시위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적극적이지 않았다. ‘신한은행에서 주겠지’ 하는 심정으로 믿고 기다리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교보증권 로얄클래스 펀드는 가입자는 45인 밖에 안돼서 상황이 심각하다. 그래서 신한은행이 더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9일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신한은행 관계자가 피해 투자자들의 릴레이 시위를 저지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출처] 본 기사는 투데이신문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www.ntoday.co.kr)]


Q. 금융당국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PB들, 은행 경영진, 금감원 담당자 모두 한통속이다. 금감원에 민원 수십 통을 넣어도 3월에 처리하겠다고 문자를 받은 이후로 금감원 조사관도 전화를 안 받는다. 사모펀드 피해자가 너무 많다며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우리를 포기한 것 같다.

Q. 어떤 점이 가장 두려운가.

남편이 알게 되는 것이다. 40대 가장이 명예퇴직을 당하고 받은 돈인데 날렸다고 어떻게 말하겠나. 가정이 무너지는 게 싫어서 라임만 얘기해 둔 상태다. 모든 재정관리는 내가 했기 때문에 남편이 믿고 맡겼는데 참 미안하다.

또 피해자들이 지쳐가고 있다는 점이 두렵다. 처음에는 피해자분들이 많아서 힘이 났지만 지금은 좌절하고 있다. 지쳐서 나가시는 걸 보면 같이 무너진다. 매일 피해자 모임 카페 글 읽는 것도 슬프다.

Q. 교보 로얄 클래스 펀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고충이 있나. 중복 가입된 입장에선 라임이나 옵티머스 피해자들이 차라리 부럽다.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관심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알지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른다. 검찰 수사를 한다고 해도 수사가 우리한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정치권에서 사모펀드 사태가 쟁점이 되고 있어서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피해자 구제에 대해선 주목하지 않는다.

판매사인 신한은 나 몰라라 하고 교보증권도 외면하고 있다. 알고 보니 선지급 검토도 안 하고 있다고 하더라. 일말의 희망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Q. 이번 사태를 겪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을 말해 달라.

그동안 해외여행도 안 다녔고, 좋은 차도 없다. 신혼여행도 제주도로 다녀왔다. 돈 모아서 집사려고 안 입고 안 먹으면서 한 푼 두 푼 아꼈다. 나는 부자가 아니다. 그런데 그 돈을 한순간에 은행에 뺏겼다. 그런데도 인터넷 댓글을 보면 ‘너희들 돈 못 받았으면 좋겠다’, ‘누가 투자하랬냐’라는 말들이 종종 있다. 그게 너무 상처가 된다.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약관 하나하나 다 읽어보면서 가입하는 사람 드물지 않나. 오로지 PB들이 강조하고 설명하는 것만 기억하고 믿었다. 사모펀드를 판매하면 사모펀드가 무엇인지 언급 정도는 해줬어야 하는데 한마디도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절대 금융사에 돈을 맡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나라에서 국민들이 평생 벌어서 모은 돈을 잘 관리하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잘 마련해 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다. 이제야 정신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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