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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주의보] ⑤노출량 따라 늘어나는 검색량···자살보도의 불편한 진실

유명인 따라 극단적 선택 ‘베르테르 효과’···국내에서도 발생
권고기준 발표·개정에도 위반 사례 ‘여전’···“언론사 자율적인 개선 노력 필요”
승인 2021.06.24 00:58
2021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보도일 2020.11.13 16:40]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지난 1774년 출간돼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당시 사회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가져다줬다. 많은 청년들이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인 베르테르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이다. 때문에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발간을 중단하기도 했다.

훗날 미국의 사회학자 필립스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의 자살 후 대중들이 이를 따라하는 이러한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명명했다. 베르테르 효과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자살을 유발하는 위험 요소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자살예방 국가 행동 계획’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연예인 A씨가 자살한 이후 사건 직후 2개월 동안 총 3081명의 자살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1807명) 대비 70.5% 증가한 수치며 이듬해 동기(2339명)과 비교해도 31.72%나 많은 수치다. 같은 기간 A씨와 동일한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이들의 수는 1967명으로 전년 동기(821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듬해 동기(1280명)과 비교해도 53.69%나 많다.

비슷한 시기에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 B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B씨의 사망 이후 2개월 동안 자살자 규모는 총 2876명으로 이는 전년 동기(1961명), 이듬해 동기(2402명)보다 각각 46.66%, 19.73%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B씨와 동일한 방법으로 목숨을 끊은 이는 99명으로 전년 동기(10명)보다 10배 가량 증가했다. 또한 지난 2013년 중앙자살예방센터의 분석 결과 유명인 자살 이후 2개월간 자살자수는 평균 606.5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분별한 언론보도는 베르테르 효과를 유발하는 주요 매개체로 지목돼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자살 이유, 자살 방법 등이 간접적으로 사람들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에 한 유명 연예인이 목숨을 끊으며 사용했던 한 방법은 언론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후 많은 이들의 자살 방법으로 이용됐다. 같은 방법으로 목숨을 끊은 이의 수는 2007년 93명에서 2014년 2207명으로 14배나 늘어났다.

지난 2014년 김은이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발표한 논문 ‘신문의 자살보도가 자살 관련 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자살기사 보도량이 증가할 경우 1주일 내로 자살 검색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살이유 언급량이 높아질수록 자살이유 검색량도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살방법 언급량 역시 자살방법 언급량의 증가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료=보건복지부/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이에 정부와 언론계에서는 자살보도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기자협회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공표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은 ▲보도 최소화 ▲‘자살’ 단어 사용 자제 ▲상세 내용 최소화 ▲유가족 및 주변 사람 배려 ▲미화 또는 합리화 자제 ▲사회적 문제 제기 수단으로 활용 금지 ▲부정적 결과 안내 ▲예방에 대한 정보 제공 ▲인터넷 보도 신중 등의 9가지 원칙을 담았다.

지난 2018년에는 9가지 원칙을 5가지로 줄이는 대신 각 원칙에 대한 세부 내용을 상세하게 명시하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발표했다. 권고기준 3.0의 5개 원칙으로는 ▲기사 제목에 ‘자살’또는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사용 금지 ▲구체적인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보도 금지 ▲사진 및 동영상 유의해서 사용 ▲미화 또는 합리화 금지 ▲고인의 인격 및 유가족의 사생활 존중 등이 있다.

하지만 권고기준 3.0 발표 이후에도 언론의 자살보도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사건 당시 일부 언론들은 경찰 수색이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망보도를 쏟아냈으며 사망이 확인된 후 취재진들은 경찰 측에 사망 방법, 사망 장소 등을 지속적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통해 “지금처럼 취재윤리 기본도 지키지 않고 저급한 취재행위가 되풀이된다면 바닥까지 떨어진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복구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의기억연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소장 심모씨의 사망 보도 당시에도 일부 방송사들이 열쇠 구멍에 카메라를 대고 쉼터 내부를 촬영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았다. 가장 최근에는 한 언론사가 故 박지선씨의 유서 내용을 유가족의 의지와 관계없이 공개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불미스러운 사건이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언론사 간의 경쟁 심화가 꼽힌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민과 일반 독자, 시청자들이 반드시 알아야되는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문제”라며 “매체가 많이 생기고 조회수, 광고 경쟁이 심해지다보니까 언론 윤리가 내팽겨쳐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큰 사고나 범죄와 연관돼 있어 범죄를 밝히기 위해 불가피하게 보도해야할 내용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굳이 한 개인 죽음에 대해서 자세하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며 “국민들의 알 권리와도 전혀 관계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나열하거나 자살의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보도되면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나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겠다’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며 “100%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상황을) 조장할 위험성은 충분히 있다”고 조언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언론사 자체적인 자정 작용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 기관 등 외부의 개입은 언론의 자유와 직결돼있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기자가 보도한 내용을 갖고 처벌을 하게되면 언론 자유침해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노력을 해야한다”며 “기본적으로 기자들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하며 협회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심의를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언론이 자살 예방을 위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순태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자살예방을 위한 미디어 보도 방향’ 논문을 통해 “현 자살예방 뉴스는 우울증 치료를 유도하고 독려하기보다는 심각성이 과도하게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치료가 주는 혜택에 대한 전달과 심리적 장애물을 낮춰주는 요소들이 매우 부족하고 우울증 치료를 위한 직접적 행위단서를 제공하는데 미흡하다”며 “미디어가 질병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지식을 학습시킨다면 오히려 자살률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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