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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성폭행 폭로③] 피해자 "성 예방교육은 ‘요식행위’…‘소통부재’도 큰 문제"

‘있으나마나’ 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지속적인 관리로 재발방지 조치 필요”
“소통과 신뢰부재 대한항공 소통광장”…사내채널 보다 ‘블라인드’
승인 2021.06.24 10:30
2021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보도일 2020-10-12 09:48]

아시아타임즈는 최근 대한​항공 직원으로부터 성범죄관련 제보를 받았다. 직장상사 B씨(남)가 부하직원 A씨(여)를 강간하려고 했다는 내용이다. 사건은 2017년 7월의 일이다. 하지만 A씨는 과거 한 차례 성희롱 피해자로 각종 고초를 겪었던 터라 신고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3년 만에 이 사건을 회사에 알린다. 이유는 대한항공의 조직문화(인맥과 성차별, 불투명한 인사시스템)가 바뀌지 않으면 더 큰 부당함과 추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문제는 회사가 최소한의 처리로 사건을 조용히 덮은 것은 물론 재발방지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지는 이 사건을 통해 대한항공 내 부재하고 있는 성범죄 대처 매뉴얼과 뿌리 깊이 박힌 오너 중심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 국내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이 사내 성폭력 사건을 신고 받고도 가해자를 징계절차 없이 퇴사시키고]

[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회사는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한 번 업무에 투입되면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학습해야 하고요. 성범죄 징계를 받은 직원도 예방교육을 이수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한항공에서 직장상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던 피해자의 두 번째 인터뷰는 회사 내 성희롱 예방교육의 문제점과 사내 소통부재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다. 피해자 A씨는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성희롱 예방교육이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내 소통광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사내 소통광장 대신 블라인드나 언론에 사실을 알린다고 지적했다.

이는 앞서 대한항공이 사내 성폭력 예방대처에 대해 “직장 내 성폭력 및 성희롱 방지를 위해 교육을 실시하고, 서약서 징구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전 직원 대상 정기·비정기 교육 실시 및 성희롱 예방 준서 서약서를 징구한다”며 “특히 회사는 사내에서 발생한 모든 성희롱에 대해 중징계로 처벌하고 있다”고 밝힌데 대한 일종의 반박인 셈이다.

피해자 A씨는 현재 대한항공의 성교육 예방교육은 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한 수단일 뿐 향후 자신과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한항공 직원 A씨가 사내 직장상사의 성폭행 사건을 폭로한 가운데 아시아타임즈는 9월 중순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피해자를 만났다. 사진=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 ‘있으나 마나’ 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지속적인 관리로 재발방지 조치 필요”
“1년에 의무적으로 한 번 해야 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이 전부입니다.” 피해자 A씨는 회사의 대처가 실제와는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는 진성서를 통해 당시 만연한 성 비위 관련 사건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는 피해자 보호라는 명목 아래 적절한 주변 조사나 추가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3차례 사측에 추가 조사를 요구했지만 받아 들려지지 않은 것을 다시 한 번 지적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성희롱 관련 사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처리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회사는 진정성 있는 성희롱 예방을 위한 투자나 재발방지를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당사자가 자신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터.

그럼 피해자가 생각하는 개선책은 무엇일까? 그는 항공사의 특수한 근무환경을 지목하며 각 업무마다 성희롱이나 고충이 다양한 상황에서 예방책도 업무환경에 맞게 시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전 직원 대상 러닝타임 30분에 불과한 동일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온라인으로만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직원들은 시간이 없어 클릭만 하고 넘깁니다.” 직종과 업무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온라인이나 서면 고지로 법정 교육 시간을 채우는 소극적인 교육이 아닌, 타 전문기관을 통해서 맞춤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사업주의 의무는 직장 내 성희롱 등 사건에 대한 예방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하고 사후 지속적인 관리 등을 통해 재발방지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예컨대 사내 성 범죄 발생 시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대신 실태조사 등을 통한 점검이 돼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대한항공 소통광장 게시글]

◇“소통과 신뢰부재 대한항공 소통광장”...사내채널 보다 ‘블라인드’

“대한항공의 또 다른 문제점은 소통이 잘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소통이 되지 않는 첫 번째 예가 바로 성희롱 관련 고충입니다. 직원들은 사내 채널을 이용하기 보다는 익명성이 보장된 블라인드를 더 선호하니까요.”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사내문화①]대한항공 소통...유연한 내부 변화 이끈다’는 제목으로 대한항공의 소통광장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소통광장이 다양한 직원들의 궁금증에 대한 문의, 제도 변경요구 등이 수시로 등재되고 있다며 소통광장으로 인해 대한항공 풍경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피해자는 주장대로라면 대한항공이 자랑한 소통광장은 재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직원들이 소통광장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회사 소식을 뉴스와 블라인드로 접해요. (직원들이)당연하게 알아야 할 내용도 제대로 공지가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예컨대 휴업이나 임금 협상 등 공지가 회사를 통해 전달 받는 것이 아닌 언론에 먼저 노출되고 이를 본 직원들이 블라인드에 올리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하물며 성희롱 관련 고충은 오죽하겠냐는 얘기다. 그는 ”성희롱 징계 건수를 보면 신고건이 회사 채널인지 블라인드인지 여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내 채널을 이용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단적인 예로 A씨가 기자에게 제공한 회사 소통광장에 달린 댓글은 그의 주장을 뒷받침 했다. 지난달 21일 닉네임‘리브’는 ‘추석 상여금은 반드시 지급되어야만 합니다’는 게시 글에 댓글로 “소통광장에 이런 글 남기시면 찍혀서 알게 모르게 불이익만 받고 좋을 것이 없습니다. 아무도 여기 글을 안 쓰는 이유죠”라며 불신을 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블라인드 성폭력 게시글의 댓글에는 ‘다른 성희롱 가해자의 경우 사직서를 내도 수리하고 있지 않다가 파면을 시키는데’라는 글이 달렸고, 성희롱 신고 후 가해자들이 떳떳이 보직자로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어 신고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회사의 소통광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은 최소한의 소통을 위해 익명 앱인 블라인드로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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