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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창간특집] 공익제보 명암 ② ‘고발’ 그 후, 이런 삶 살고 있다

팜한농 신고 이종헌 전보조치 허드렛일 등 “제보자 90% 조직서 집단적 배척 당해”
승인 2020.11.16 23:29
2020 인터넷신문 언론대상 공모작

[보도일 2020.04.08 19:08]

[일요신문i=이수진·박형민·김예린 기자] 2008년 국정과제로 ‘건전한 내부고발자 및 공익침해행위 신고자 보호보상 체계 구축’이 선정된 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공익제보자 보호 기반 마련에 힘썼다. 그 결과 2011년 공익제보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경우 권익위가 보호신청을 해주는 내용의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됐다. 권익위에 따르면 공공기관에 접수된 공익신고는 2011년 41만 8182건에서 2018년 166만 3445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내부고발자들을 만나본 결과 이들은 공익신고자보호법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과거에 비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관이나 단체들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면서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팜한농 직원 이종헌 씨는 2014년 6월 팜한농의 산업재해 은폐 사실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이 씨는 1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에 입당했다. 당시 영입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2014년 6월, 팜한농 직원 이종헌 씨는 팜한농의 산업재해 은폐 사실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당시 적지 않은 계약직 직원들이 업무 도중 다쳤지만 사측은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숨겨왔다. 이 씨의 신고로 고용노동부는 팜한농이 은폐한 24건의 산업재해 사건을 적발했고, 팜한농에 1억 5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씨는 신분 노출을 우려해 익명으로 신고했지만 사측은 끝끝내 이 씨를 찾아냈다. 회사는 지금까지도 이 씨에게 최하등급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조직 기여도, 회사 규율 준수 등 정성평가는 항상 다른 직원들에 비해 낮게 평가받고 있다고 이 씨는 말한다.

이 씨는 내부고발 후 논산으로 전보조치를 받았다. 그는 사무실도 아닌 경비실 옆 창고에서 화초를 심고 제초작업을 했으며 삽으로 배수로를 퍼냈다. 허드렛일을 하는 그에게 전산 권한은 필요 없는 것이었고, 결국 모든 전산 접속 권한을 박탈당했다. 스스로 결정한 선택이었기에 후회는 없지만 지난 6년간 가족들에게 고생만 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뿐이다.

팜한농 관계자는 “이 씨는 내부고발 이전부터 인사 고과가 좋지 않았고, 조직장이 그와 더 이상 같이 일할 수 없다고 해서 대기발령을 받기도 했으며 공익제보를 이유로 딱히 불이익을 준 건 아니다”라며 “이 씨는 고용노동부 등에 수차례 대기발령 구제신청, 공익신고자 보호신청 등을 제출했는데 평가 등급을 한 단계 올려주거나 사무실 이전배치 등 일부만 인정됐을 뿐 대부분 각하됐다”고 해명했다.

이 씨는 1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에 입당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34번을 받았다. 이 씨는 자유한국당 입당 당시 환영식에서 “앞으로 근로자들의 건강한 일터와 사회적 약자, 비정규직을 위해 힘껏 싸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6년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최순실 게이트’의 주역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과 박헌영 전 K스포츠 과장도 순탄치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노 전 부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 미르·K스포츠재단 등과 관련해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박 전 과장은 최순실 씨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관계, 정유라 씨의 대학 특혜 논란 등을 증언했다.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사진=최준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후 노 전 부장과 박 전 과장이 근무하던 K스포츠재단의 설립 허가도 문화체육관광부 직권으로 취소됐다. 직장을 잃은 노 전 부장은 가정환경이 열악한 청소년들을 위해 대한청소년체육회를 설립했고, 광주광역시에 고깃집을 차리는 등 요식업에도 도전했다. 요식업에 꿈이 있어서가 아니라 생계를 위한 것이었다.

박헌영 전 과장은 현재 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를 맡으면서 제2의 박헌영을 지원하고 있지만 K스포츠재단 과장 때와 비교하면 안정적이지는 않다. 박 전 과장은 내부고발 과정에서 본인이 최순실 씨의 핵심 측근이라는 소문을 버텨내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렇지만 박 전 과장은 자신을 ‘운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대부분 내부고발자들은 그보다 더 못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과장은 “나는 이름이라도 알려졌지만 내부고발자의 90% 이상이 조직의 집단적인 배척을 받으며,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힘든 일을 혼자 감당하고 있다”며 “공익제보자의 99%는 그때로 돌아가면 다시 내부고발을 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나는 특이 케이스라 후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내부고발은 이어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다. 2018년 말 김태우 전 수사관이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하자 검찰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관련해 김 전 수사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수사관은 미꾸라지, 꼴뚜기, 피라미 등으로 부르며 온갖 모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김 전 수사관의 어머니는 충격을 받아 쓰러졌고, 지금은 치매 증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1월 김 전 수사관은 공무상비밀유지 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해임됐다. 이후 그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편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공익제보센터’를 설립해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미래통합당에 합류해 4·15 총선 강서을 국회의원 후보자로 나섰다.

이처럼 내부고발자들은 제보 후 몸담고 있던 집단을 떠났거나 남아 있더라도 예전과 같은 나날은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받은 불이익이 공익신고로 인한 것인지 증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법에 의해 공익제보자에 대한 불이익은 줄 수 없지만 제보 후 제보자에게 업무평가점수를 낮게 줘서 좌천시킨다든가 하는 경우가 문제”라며 “내부고발을 했다고 해고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다른 이유를 찾아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준다”고 전했다.

이지문 이사장은 이어 “대다수 내부고발자들은 내부고발 이후 기존 조직에 속하기 어려워진다”며 “무조건 회사에서 버텨내라고 할 것이 아니라 회사를 나와서라도 생계유지가 가능할 수 있도록 실업급여처럼 생활비 지원을 해주는 등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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